2007년 12월 15일
결혼에 대해 미혼들이 간과하는 것 - 육아
관련글: 여자, 결혼 해야 할까?
트랙백 할까말까 고민했으나, 이 글을 읽고 나서 쓰게 됐기 때문에 트랙백과 링크는 걸어놨다. 하지만 내 글은 다소 핀트가 다른 내용을 얘기함을 미리 밝힌다. 윗글을 부정하는 것도 결코 아니다.
0.
사람들마다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이 있는 것이다. 누구나 다 똑같은 인생을 산다면 얼마나 재미 없을까.
정답은 없다. 십대에 애 낳고 결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마흔이 넘어서 결혼하는 사람도 있다. 평균치에서 많이 벗어났다고 누가 맞고 틀리다를 결론내릴 수는 없다. 특히나 결혼이라는 건 팔자와 인연과 타이밍과 기타등등 변수들이 복잡하게 결합되어서 이뤄지는 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제3자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내 글은 이점을 기저에 깔고 진행한다는 걸 읽는 분들께서 염두에 두시면 좋겠다. 비록 본인은 매우 평균치에 근접한 사람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글 자체는 내 입장을 기본으로 쓰여질 수밖에 없다. 그 한계는 분명 인정하는 바이다.)
1.
독신주의자가 아닌 이상, 누구나 반려자와 만나 인생을 꾸려가는 꿈에 부푼다. (애인이 있던 없던..)
그리고 서로의 핏줄이 섞인 자식새끼 낳아서 알콩달콩 행복한 가정을 만들 것이라 다짐한다. (무자녀를 계획하는 사람들은 이 글에서 논외로 하자.)
결혼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육아에 대해서는 현실을 피부로 인식하고 예감(?)하지 않는 것을 많이 본다. 트랙백한 글도 그랬지만, 가까운 지인들도 대부분 '낳으면 어떻게 되겠지..'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게 틀린 말은 아니다. 어떻게든 되긴 한다. ^^;)
사실 그렇다. 주변 사람들을 보면 낳아서 어떻게든 잘 살고 있고, 아기들이 자라서 사람구실을 하게 되면 과거에 힘들었던 기억은 MIB가 기억상실 불꽃 터뜨린 것 처럼 망각되기 마련이다. 제3자 입장에서는 좋은 점만 보게 마련이며, 당사자의 노고는 알 바 아니기 때문에 육아라는 게 결혼생활에 있어 그다지 큰 영역으로 인식되지 않는 것 같다.
2.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높아지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다. 결혼을 '무덤'으로 치부하고 본인의 사회생활 성공을 꿈꾸는 여대생들도 많아졌다. 요즘은 딸이 일찍 결혼하는 걸 원치 않는 부모들도 많다고 하니 세상이 멋지게 변하긴 한 것 같다.
하지만 사회에서 성공한 여성들도 출산 후 많은 갈등을 겪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임신중이야 어떻게든 강철녀의 면모를 과시할 수 있다손 쳐도(그러다가 안 좋은 일 당한 사람도 분명 적지 않다), 출산 후에는 무시 못할 수백가지의 사안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이건 직접 겪기 전에는 0.1%밖에는 모르는 일이므로(나조차도 워킹맘이 아니기에 겪지 못한 수만가지 일들이 있다.) 구구절절 쓸 필요는 없겠지만, 굳이 비유를 하자면 내신, 수능, 논술, 본고사 다 준비하는 와중에 박사논문도 같이 써야 하는 격일 것이다.
이렇게 쓰면 애 안 낳아본 사람들은 더욱 막막하고 겁나실까 살짝 저어되는데, 수능준비 하면서도 박사논문 못 쓰란 법은 없다. ^^; 인간이 못 할 일은 없으니 염려 놓으시길.
'내가 직접 낳은 생명'을 완전히 무시하고 살아갈 수 있는 엄마들은 흔치 않을 것이다. 물론 아빠들도 당연히 피붙이에 대한 정이 있겠지만, 생물학적으로 포유류인 이상 엄마의 역할과 할 일의 범위가 아빠보다 훨씬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사회생활도 잘 하고, 가사도 잘 하고, 엄마노릇까지 잘 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인 것이다.
3.
현재 우리나라 풍조에서 여성들의 사회생활 비율이 높아졌다는 게 나는 그리 반갑지 않다. 오히려 여자들이 더욱 힘들어 보인다. 돈은 돈대로 벌어야 하고, 집안살림도 남들만큼은 해야 하고, 아이도 잘 키워야 하고, 시댁한테도 잘 해야 당연하다고 보는 분위기가 더욱 짙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현대 한국사회는 진정 수퍼우먼을 원한다. 그리고 그것을 극권장하는 경향이 있다.
전업주부인 내가 어찌 감히 이렇게 생각하느냐고? 전업주부들은 또 반대의 스트레스가 있거든. "너같은 인재-_-;가 집에서 애나 키우는 게 아깝다"는 시선 안 받아본 전업주부 없을 것이라 감히 단언한다. 그 말의 행간에는 "애 키우느라 집에서 '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배어있는 경우가 70% 이상이다.
사람간의 '다름'을 별로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똑같이 행동해야 좋아하는 우리나라 분위기에서, 이제는 맞벌이가 당연시 되는 것이다. 아이는 알아서 혼자 잘 크는 존재니깐 엄마도 사회생활을 해야 마땅하다는 풍조. 즉, 육아는 당연히 알아서 쉽게 될 일 정도로 치부하는 풍조.
안타까운 건, 사회에서 성공하고 있는 미혼들이 결혼생활을 '안정을 좇아 하는 일'로 치부한다는 점이다.
절대 그렇지 않다. 그냥 결혼만 하는 거라면 모를까 아이를 낳으면 절대 '안정적일' 수 없다. 제3자들이 느끼기에는 평화롭고 온실속의 화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아이 키우는 사람들은 매일매일이 전쟁이고 재난 상태에 가깝다. 심하면 24시간 내내.. 대부분의 미혼들이 그점을 절대 간과하고 결혼이란 제도를 평가하고 있다.
그런 분위기 때문에 가뜩이나 경험하기 전에는 달나라 얘기인 '육아'가 미혼들에게 더욱 더 멀어지는 것이다. 일단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지.
그게 나쁘다는 건 결코 아니다. 아직 닥치지 않은 일로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내가 이런 글을 쓰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육아 관련 게시판에서 정말 뻔질나게 볼 수 있는(하루에도 정말 수십 건 올라오는(동조하는 덧글까지 보면 가히 수백건..) 글들이 이런 내용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 애 낳기 전에는 몰랐어요. 좀 더 일찍 낳을 걸...(또는 늦게 낳을 걸..이라고 언급하는 경우도 있음)
-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애가 미워져요. 이런 게 산후우울증인가봐요...(전업주부도 이런 얘기 하는 경우가 많던데 하물며 워킹맘이야..)
- 모유수유 겨우 성공했더니 이젠 직장 복귀해야 해서 분유 먹여야 하는데 젖병을 안 빨아요. 산넘어 산이에요.
- 남편이 안 도와주고 시댁에서는 잔소리해서 너무 슬퍼요.
- 늦게까지 안심하고 맡겨도 되는 어린이집 없나요? 상사가 칼퇴근 못 하게 해서 눈치보여요.
- 직장 복귀하면 시댁에서 애 봐주시기로 했는데 얼마 드려야 하나요? 백만원은 원하는 눈치시던데..
- 사탕 먹였다길래 싫은 소리좀 했더니 친정엄마랑 싸웠어요.
음....지금 대충 게시판 리뷰하며 건진 것만 해도 이 정도인데....더 길어져서 삼천포 내지는 엄하게 겁을 주게 될 듯 하여 이만 줄인다.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워킹맘이 이렇다고 일반화 하는 게 아니라 게시판에 하소연하는 사례 중에 이런 게 많다는 것이다. 조부모나 좋은 베이비시터에게 아기를 맡기고 평화롭게(과연..;;) 지내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4.
어쨌든 위와 같은 글들을 보면 약간은 안타까운 것이, '이전에는 몰랐어요'를 전제에 깔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애 낳아보기 전에는 알려고 해도 그럴 수 없는 일이 많다. 하지만 적어도 이전에 부부간 충분한 대화를 거쳤다면 어느정도 쉽게 해소될만한 갈등도 분명 눈에 띈다. 의외로 임신 기간 중에도 그런 대화를 만족스럽게 못 거치고 아이를 맞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나보다. 그리고 육아하는 중간에도 말이다.
결혼한 부부들도 이런데, 미혼들이 생각하는 범위는 훨씬 협소할 수 있겠다. 그건 잘못은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일 뿐.
(참고로 나는 개인적으로 아들을 셋이나 낳은 나이차이 제법 나는 언니를 둔 덕에 육아의 현실을 평균 이상으로 이르게 간접체험하긴 했다. 그래서 결혼보다는 육아를 미리 생각하고 연애시절을 지낸 편이다. 내가 특이한 건가? -_-;)
제목에서 '미혼들이 간과해서 아쉽다'는 뉘앙스를 풍긴 점이 없지않아 있는데, 그게 불만이라는 건 아니다. 그저 미혼들이 육아에 대해 큰 문제로 인식하지 않거나, 혹은 너무 막막해서 인식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미리 준비를 해 두면 제법 괜찮다는 것을 먼저 결혼하고 출산한 사람으로서 알려주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여성들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라, 육아라는 것은 남성들도 더더욱 염두에 둬야 할 문제라고 얘기하고 싶다.
가정의 평화가 흔들리는 이유, 육아로 인해 갈등을 겪게 되는 이유는 여성 혼자의 책임이 아니라, 남성들도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애는 여자 혼자 만들어낸 존재가 아니며, 키울 때의 부담도 함께 져야 마땅하다.
그러니깐 남성들도 미리 알고 대비해야 마땅한 일이다. (책임 안 지고 도망가려 했다가는, 가정생활이 더 unhappy-적절한 한국어 뉘앙스를 못 찾음-해질 것이라 장담한다.)
5.
위 단락들을 보고 '그러니깐 애를 뭐 하러 낳냐'는 생각을 하는 미혼들도 있을 수 있겠다. 하도 육아가 쉽지 않다는 얘기만 강조를 해서 말이다. 또는 '이미 다 아는 얘기 식상해' 같은 반응도 예상된다. ^^;
자신들의 라이프에 아이가 껴들기를 원치 않는 사람들이라면야 평생 안 낳고 사는 것에 대해 토를 달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 김영하선생이 그중 하나.) 하지만 평균적인 사람들이라면 결혼 후 자연스레 아이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낳으면 귀찮은 점보다 좋은 점이 백 배는 많다. 자연적으로 아기를 가지지 못해서 눈물흘리며 병원 다니는 사람들이 왜 그리 많겠는가. 다들 좋으니까 원하는 것이겠지.
그리고 아기를 키울 때 귀찮은 요소들은 본인의 과거를 돌이켜 봄으로써 상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어렸을 때 쉼 없이 기저귀 갈아주던 손길을 거쳤고, 거부하는 밥 먹이느라 고생하던 손길을 받고 자란 덕에, 이렇게 모니터를 쳐다보며 살 수 있잖아? 종족번식의 본능 때문이 아니라, 지금 나 자신의 존재에 대해 조금만 깊이 고민해 보면 답은 나온다.
부부 당사자가 스스로 무자녀를 계획하거나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면 그것은 존중해야 마땅하지만, '애를 뭐 하러 낳냐'는 말에는 '너는 뭐 하러 세상에 나왔니?'라는 말로 맞받아쳐 주고 싶다. 그런 생각 하시는 분이 있걸랑 얼른 집어치우시길.
6.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육아를 인생에서 아주 큰 가치로 생각하고 결혼생활을 시작한 편이다. 내 스스로 아이들을 워낙 좋아하고 바람직하게 키워내는 작업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이를 수단으로 삼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굳이 부정할 생각은 없다. 나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서 아이에게 배워나가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는 건 엄연한 사실이니까. (그렇다고 정말로 내 자식을 수단으로'만' 대할 거라 생각하는 분은 설마 없겠지? ^^;)
사회생활 열심히 하고 꿈을 키워나가는 여자들(혹은 그런 아내를 꿈꾸는 남자들) 입장에서는 매우 손가락질할 법한 일이긴 한데, 나는 대학시절에 서른 이전에는 결혼하자는 노선을 이미 굳혀놓고 지냈었다. 나이 들어서 육아의 노동을 감당하는 건 내 성향에 별로 안 맞았을 것이라 판단했다.
물론 사회생활을 계속 하고 싶은 욕망은 있었지만, 육아를 할 때는 손을 놓을 수도 있겠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두 가지를 양립할 능력이 스스로 부족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가사까지 합하면 세가지..;; 사실 나는 지금 육아, 가사 두 가지도 다 잘 못하겠어서 육아에만 몰입한 상태..-_-)
요즘 유행하는 단어, 소위 '된장스러운' 발언을 좀 더 하자면, 내가 배우자 후보(?!)를 고른 기준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육아를 같이 잘 해나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고로 아이를 싫어하거나 아이들에 대한 예의가 없는 사람은 소개팅에서 만나서 분위기가 좋았더라도 아웃이었다.(그쪽에서 날 아웃시킨 것도 물론 있고..;;) 나와 불같은 사랑에 빠지거나 집안 좋고 매너 좋고 어쩌고...그런 건 모두 부차적인 문제였다.
어차피 대학 졸업하고 나서는 연애만 몇 년 하고 빠이빠이 헤어지는 시간낭비, 감정낭비를 하기 싫었으므로 기본적으로 결혼을 전제..까진 아니더라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선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었다. (개인적으로 대학시절에 연애 오래(?)한 것도 제법 낭비였다고 생각. 차라리 그 때는 많은 사람들과 가벼운 연애를 좀 해볼 것을...- 참고로 이런 얘기는 이미 남편과 수차례 나눈 것임을 밝힘..^^;)
어쨌든 이러저러하여 나와 인연이 닿은 남편님은 다행히도 육아의 지향점이 나와 매우 일치한다. 육아가 엄연한 노동이라는 것을 인정해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힘이 된다.(그거 인정 안 하는 남자들 은근히 많더라..)
우리가 정치적 관점이나 여타 코드가 비슷한 것도 물론 좋은 일이지만, 육아에 대해 속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건 내 입장에서는 분명 행운이다. 솔직히 그 덕분에 3년 간 결혼생활이 순탄하게 굴러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후배들이 결혼에 대한 조언을 부탁할 때면 '미리 육아에 대한 대화를 나눠보라'고 얘기한다.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언젠간 낳을 거라면 분명히 중요하게 다뤄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혼 전과 결혼 후, 더 심각하게는 출산 후에 '전혀 몰랐던 모습'을 서로 보게 될 수도 있는 일이라는 걸 많이들 모르는 듯 하여 안타깝기도 하다.
7.
여성이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가정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은 분명 틀리지 않다. 그리고 맞벌이를 안 하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게 불가능할 지경의 나라 상황도 문제다.
하지만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난다면 경제적으로 꿀려서 목소리 작아질 염려는 안 해도 된다. 육아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아이아빠를 반려자로 만난다면, 본인의 경제권도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사회에서 성공해서 남편한테 주눅들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보다는 '나와 우리 아이를 진정으로 포용할 수 있는' 남자를 알아보는 눈을 키우는 게 훨씬 삶에 있어서 유리한 일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맞벌이던 아니던간에..)
어차피 워킹맘이던 아니던 각자의 삶이 다르기 때문에 더 길게 언급하진 않으련다. 다만 전업주부가 워킹맘을 대단하다 생각하는 것처럼(안 그런 경우 거의 못 봤다. 애 낳은 사람들은 알거든.) 워킹맘을 꿈꾸는 미혼녀들도 전업주부를 자아실현 포기한 온실속의 화초 정도로 인식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솔직히 그런 시선들이 요즘 매우 많이 느껴지고, 그런 가치관이 고착화되어서 워킹맘들이 나중에 스스로를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 글에서 핀트는 약간 벗어나지만, 아이를 부모가 키우냐 시설이 키우냐의 문제.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고 정답은 없으나 '어쨌든 부모는 절대 완전히 손을 놓지는 못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워킹맘이나 전업주부맘이나, 모두 아이는 '부부가 함께 직접' 키우고 있다는 사실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정상 하루 중 일부의 시간을 시설에 맡길 수는 있겠으나 그 시설이 아이를 자동으로 키워주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리고 타인의 아이를 보는 것보다 내 아이를 보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더욱 힘든 일이기도 하다. (아는 사람만 이해하겠지..) 결국 모든 부모는 경쟁관계가 아니라 협력관계여야 마땅하다. 시설의 도움은 부차적인 일이다.
8.
뱀발로, 반려자를 고르는 중인 미혼여성들에게 팁을 주자면, 무녀독남 외아들보다는 조카를 미리 본 남자가 적어도 육아 부문에서는 점수를 더 받을 수도 있다.^^; 일반화하는 건 아니지만, 주위에서 보아도 삼촌 역할을 미리 해본 아빠들(단순히 조카가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라 접촉도 많이 한)이 훨씬 부인을 잘 도와준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집안에서 개혼한 장남 남편의 경우, 그가 나빠서가 아니라 '서툴러서' 대처를 잘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역으로, 조카 없이 개혼해야 하는 미혼남성들은 아이를 접할 기회를 어디서든 만들어 보시길 권한다. 장담컨대 나중에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
쓰고 보니 나만의 편협한 시각으로 좀 치우친 경향이 꽤 많이 보이는데, 그러니깐 블로그 글이지. 남들 다 하는 일반화 관점을 들이대면 재미 없잖아? 그러니 읽으시는 분들께서는 적당히 가려 보셨길 바란다. :)
그나저나 대선에 누구 찍을 것인지 계속 고민중인 선형..-_-;;
- 벌써 며칠 안 남았네? 다음 대통령은 좋겠다. 관심도 덜 받고 정책에 대한 부담도 없으니까.
- 참고로 내가 아무리 이모씨를 싫어한다 해도 정모씨는 절대 안 뽑을 것임. 광고들 꼬라지가 그게 뭐냐? 그거 결재한 본인도 안습이고, 밑에서 일하는 애들도 안습이다. 초등학교 반장선거보다도 더 유치하다. 네거티브 홍보가 얼마나 이미지를 망가뜨리는지 그 극한을 보여주는 실제상황이다. (노대통령과 5년 전에 손 잡을 때는 언제고, 연설에서 현 정권 욕하는 걸 보니 기가 차서...참..내..-_- 그러니깐 당신이 안 되는 거야.)
- 이모씨 욕은 육두문자가 나올까봐 생략하겠음..-_-;
트랙백 할까말까 고민했으나, 이 글을 읽고 나서 쓰게 됐기 때문에 트랙백과 링크는 걸어놨다. 하지만 내 글은 다소 핀트가 다른 내용을 얘기함을 미리 밝힌다. 윗글을 부정하는 것도 결코 아니다.
0.
사람들마다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이 있는 것이다. 누구나 다 똑같은 인생을 산다면 얼마나 재미 없을까.
정답은 없다. 십대에 애 낳고 결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마흔이 넘어서 결혼하는 사람도 있다. 평균치에서 많이 벗어났다고 누가 맞고 틀리다를 결론내릴 수는 없다. 특히나 결혼이라는 건 팔자와 인연과 타이밍과 기타등등 변수들이 복잡하게 결합되어서 이뤄지는 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제3자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내 글은 이점을 기저에 깔고 진행한다는 걸 읽는 분들께서 염두에 두시면 좋겠다. 비록 본인은 매우 평균치에 근접한 사람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글 자체는 내 입장을 기본으로 쓰여질 수밖에 없다. 그 한계는 분명 인정하는 바이다.)
1.
독신주의자가 아닌 이상, 누구나 반려자와 만나 인생을 꾸려가는 꿈에 부푼다. (애인이 있던 없던..)
그리고 서로의 핏줄이 섞인 자식새끼 낳아서 알콩달콩 행복한 가정을 만들 것이라 다짐한다. (무자녀를 계획하는 사람들은 이 글에서 논외로 하자.)
결혼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육아에 대해서는 현실을 피부로 인식하고 예감(?)하지 않는 것을 많이 본다. 트랙백한 글도 그랬지만, 가까운 지인들도 대부분 '낳으면 어떻게 되겠지..'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게 틀린 말은 아니다. 어떻게든 되긴 한다. ^^;)
사실 그렇다. 주변 사람들을 보면 낳아서 어떻게든 잘 살고 있고, 아기들이 자라서 사람구실을 하게 되면 과거에 힘들었던 기억은 MIB가 기억상실 불꽃 터뜨린 것 처럼 망각되기 마련이다. 제3자 입장에서는 좋은 점만 보게 마련이며, 당사자의 노고는 알 바 아니기 때문에 육아라는 게 결혼생활에 있어 그다지 큰 영역으로 인식되지 않는 것 같다.
2.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높아지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다. 결혼을 '무덤'으로 치부하고 본인의 사회생활 성공을 꿈꾸는 여대생들도 많아졌다. 요즘은 딸이 일찍 결혼하는 걸 원치 않는 부모들도 많다고 하니 세상이 멋지게 변하긴 한 것 같다.
하지만 사회에서 성공한 여성들도 출산 후 많은 갈등을 겪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임신중이야 어떻게든 강철녀의 면모를 과시할 수 있다손 쳐도(그러다가 안 좋은 일 당한 사람도 분명 적지 않다), 출산 후에는 무시 못할 수백가지의 사안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이건 직접 겪기 전에는 0.1%밖에는 모르는 일이므로(나조차도 워킹맘이 아니기에 겪지 못한 수만가지 일들이 있다.) 구구절절 쓸 필요는 없겠지만, 굳이 비유를 하자면 내신, 수능, 논술, 본고사 다 준비하는 와중에 박사논문도 같이 써야 하는 격일 것이다.
이렇게 쓰면 애 안 낳아본 사람들은 더욱 막막하고 겁나실까 살짝 저어되는데, 수능준비 하면서도 박사논문 못 쓰란 법은 없다. ^^; 인간이 못 할 일은 없으니 염려 놓으시길.
'내가 직접 낳은 생명'을 완전히 무시하고 살아갈 수 있는 엄마들은 흔치 않을 것이다. 물론 아빠들도 당연히 피붙이에 대한 정이 있겠지만, 생물학적으로 포유류인 이상 엄마의 역할과 할 일의 범위가 아빠보다 훨씬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사회생활도 잘 하고, 가사도 잘 하고, 엄마노릇까지 잘 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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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풍조에서 여성들의 사회생활 비율이 높아졌다는 게 나는 그리 반갑지 않다. 오히려 여자들이 더욱 힘들어 보인다. 돈은 돈대로 벌어야 하고, 집안살림도 남들만큼은 해야 하고, 아이도 잘 키워야 하고, 시댁한테도 잘 해야 당연하다고 보는 분위기가 더욱 짙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현대 한국사회는 진정 수퍼우먼을 원한다. 그리고 그것을 극권장하는 경향이 있다.
전업주부인 내가 어찌 감히 이렇게 생각하느냐고? 전업주부들은 또 반대의 스트레스가 있거든. "너같은 인재-_-;가 집에서 애나 키우는 게 아깝다"는 시선 안 받아본 전업주부 없을 것이라 감히 단언한다. 그 말의 행간에는 "애 키우느라 집에서 '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배어있는 경우가 70% 이상이다.
사람간의 '다름'을 별로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똑같이 행동해야 좋아하는 우리나라 분위기에서, 이제는 맞벌이가 당연시 되는 것이다. 아이는 알아서 혼자 잘 크는 존재니깐 엄마도 사회생활을 해야 마땅하다는 풍조. 즉, 육아는 당연히 알아서 쉽게 될 일 정도로 치부하는 풍조.
안타까운 건, 사회에서 성공하고 있는 미혼들이 결혼생활을 '안정을 좇아 하는 일'로 치부한다는 점이다.
절대 그렇지 않다. 그냥 결혼만 하는 거라면 모를까 아이를 낳으면 절대 '안정적일' 수 없다. 제3자들이 느끼기에는 평화롭고 온실속의 화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아이 키우는 사람들은 매일매일이 전쟁이고 재난 상태에 가깝다. 심하면 24시간 내내.. 대부분의 미혼들이 그점을 절대 간과하고 결혼이란 제도를 평가하고 있다.
그런 분위기 때문에 가뜩이나 경험하기 전에는 달나라 얘기인 '육아'가 미혼들에게 더욱 더 멀어지는 것이다. 일단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지.
그게 나쁘다는 건 결코 아니다. 아직 닥치지 않은 일로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내가 이런 글을 쓰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육아 관련 게시판에서 정말 뻔질나게 볼 수 있는(하루에도 정말 수십 건 올라오는(동조하는 덧글까지 보면 가히 수백건..) 글들이 이런 내용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 애 낳기 전에는 몰랐어요. 좀 더 일찍 낳을 걸...(또는 늦게 낳을 걸..이라고 언급하는 경우도 있음)
-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애가 미워져요. 이런 게 산후우울증인가봐요...(전업주부도 이런 얘기 하는 경우가 많던데 하물며 워킹맘이야..)
- 모유수유 겨우 성공했더니 이젠 직장 복귀해야 해서 분유 먹여야 하는데 젖병을 안 빨아요. 산넘어 산이에요.
- 남편이 안 도와주고 시댁에서는 잔소리해서 너무 슬퍼요.
- 늦게까지 안심하고 맡겨도 되는 어린이집 없나요? 상사가 칼퇴근 못 하게 해서 눈치보여요.
- 직장 복귀하면 시댁에서 애 봐주시기로 했는데 얼마 드려야 하나요? 백만원은 원하는 눈치시던데..
- 사탕 먹였다길래 싫은 소리좀 했더니 친정엄마랑 싸웠어요.
음....지금 대충 게시판 리뷰하며 건진 것만 해도 이 정도인데....더 길어져서 삼천포 내지는 엄하게 겁을 주게 될 듯 하여 이만 줄인다.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워킹맘이 이렇다고 일반화 하는 게 아니라 게시판에 하소연하는 사례 중에 이런 게 많다는 것이다. 조부모나 좋은 베이비시터에게 아기를 맡기고 평화롭게(과연..;;) 지내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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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위와 같은 글들을 보면 약간은 안타까운 것이, '이전에는 몰랐어요'를 전제에 깔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애 낳아보기 전에는 알려고 해도 그럴 수 없는 일이 많다. 하지만 적어도 이전에 부부간 충분한 대화를 거쳤다면 어느정도 쉽게 해소될만한 갈등도 분명 눈에 띈다. 의외로 임신 기간 중에도 그런 대화를 만족스럽게 못 거치고 아이를 맞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나보다. 그리고 육아하는 중간에도 말이다.
결혼한 부부들도 이런데, 미혼들이 생각하는 범위는 훨씬 협소할 수 있겠다. 그건 잘못은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일 뿐.
(참고로 나는 개인적으로 아들을 셋이나 낳은 나이차이 제법 나는 언니를 둔 덕에 육아의 현실을 평균 이상으로 이르게 간접체험하긴 했다. 그래서 결혼보다는 육아를 미리 생각하고 연애시절을 지낸 편이다. 내가 특이한 건가? -_-;)
제목에서 '미혼들이 간과해서 아쉽다'는 뉘앙스를 풍긴 점이 없지않아 있는데, 그게 불만이라는 건 아니다. 그저 미혼들이 육아에 대해 큰 문제로 인식하지 않거나, 혹은 너무 막막해서 인식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미리 준비를 해 두면 제법 괜찮다는 것을 먼저 결혼하고 출산한 사람으로서 알려주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여성들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라, 육아라는 것은 남성들도 더더욱 염두에 둬야 할 문제라고 얘기하고 싶다.
가정의 평화가 흔들리는 이유, 육아로 인해 갈등을 겪게 되는 이유는 여성 혼자의 책임이 아니라, 남성들도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애는 여자 혼자 만들어낸 존재가 아니며, 키울 때의 부담도 함께 져야 마땅하다.
그러니깐 남성들도 미리 알고 대비해야 마땅한 일이다. (책임 안 지고 도망가려 했다가는, 가정생활이 더 unhappy-적절한 한국어 뉘앙스를 못 찾음-해질 것이라 장담한다.)
5.
위 단락들을 보고 '그러니깐 애를 뭐 하러 낳냐'는 생각을 하는 미혼들도 있을 수 있겠다. 하도 육아가 쉽지 않다는 얘기만 강조를 해서 말이다. 또는 '이미 다 아는 얘기 식상해' 같은 반응도 예상된다. ^^;
자신들의 라이프에 아이가 껴들기를 원치 않는 사람들이라면야 평생 안 낳고 사는 것에 대해 토를 달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 김영하선생이 그중 하나.) 하지만 평균적인 사람들이라면 결혼 후 자연스레 아이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낳으면 귀찮은 점보다 좋은 점이 백 배는 많다. 자연적으로 아기를 가지지 못해서 눈물흘리며 병원 다니는 사람들이 왜 그리 많겠는가. 다들 좋으니까 원하는 것이겠지.
그리고 아기를 키울 때 귀찮은 요소들은 본인의 과거를 돌이켜 봄으로써 상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어렸을 때 쉼 없이 기저귀 갈아주던 손길을 거쳤고, 거부하는 밥 먹이느라 고생하던 손길을 받고 자란 덕에, 이렇게 모니터를 쳐다보며 살 수 있잖아? 종족번식의 본능 때문이 아니라, 지금 나 자신의 존재에 대해 조금만 깊이 고민해 보면 답은 나온다.
부부 당사자가 스스로 무자녀를 계획하거나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면 그것은 존중해야 마땅하지만, '애를 뭐 하러 낳냐'는 말에는 '너는 뭐 하러 세상에 나왔니?'라는 말로 맞받아쳐 주고 싶다. 그런 생각 하시는 분이 있걸랑 얼른 집어치우시길.
6.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육아를 인생에서 아주 큰 가치로 생각하고 결혼생활을 시작한 편이다. 내 스스로 아이들을 워낙 좋아하고 바람직하게 키워내는 작업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이를 수단으로 삼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굳이 부정할 생각은 없다. 나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서 아이에게 배워나가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는 건 엄연한 사실이니까. (그렇다고 정말로 내 자식을 수단으로'만' 대할 거라 생각하는 분은 설마 없겠지? ^^;)
사회생활 열심히 하고 꿈을 키워나가는 여자들(혹은 그런 아내를 꿈꾸는 남자들) 입장에서는 매우 손가락질할 법한 일이긴 한데, 나는 대학시절에 서른 이전에는 결혼하자는 노선을 이미 굳혀놓고 지냈었다. 나이 들어서 육아의 노동을 감당하는 건 내 성향에 별로 안 맞았을 것이라 판단했다.
물론 사회생활을 계속 하고 싶은 욕망은 있었지만, 육아를 할 때는 손을 놓을 수도 있겠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두 가지를 양립할 능력이 스스로 부족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가사까지 합하면 세가지..;; 사실 나는 지금 육아, 가사 두 가지도 다 잘 못하겠어서 육아에만 몰입한 상태..-_-)
요즘 유행하는 단어, 소위 '된장스러운' 발언을 좀 더 하자면, 내가 배우자 후보(?!)를 고른 기준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육아를 같이 잘 해나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고로 아이를 싫어하거나 아이들에 대한 예의가 없는 사람은 소개팅에서 만나서 분위기가 좋았더라도 아웃이었다.(그쪽에서 날 아웃시킨 것도 물론 있고..;;) 나와 불같은 사랑에 빠지거나 집안 좋고 매너 좋고 어쩌고...그런 건 모두 부차적인 문제였다.
어차피 대학 졸업하고 나서는 연애만 몇 년 하고 빠이빠이 헤어지는 시간낭비, 감정낭비를 하기 싫었으므로 기본적으로 결혼을 전제..까진 아니더라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선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었다. (개인적으로 대학시절에 연애 오래(?)한 것도 제법 낭비였다고 생각. 차라리 그 때는 많은 사람들과 가벼운 연애를 좀 해볼 것을...- 참고로 이런 얘기는 이미 남편과 수차례 나눈 것임을 밝힘..^^;)
어쨌든 이러저러하여 나와 인연이 닿은 남편님은 다행히도 육아의 지향점이 나와 매우 일치한다. 육아가 엄연한 노동이라는 것을 인정해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힘이 된다.(그거 인정 안 하는 남자들 은근히 많더라..)
우리가 정치적 관점이나 여타 코드가 비슷한 것도 물론 좋은 일이지만, 육아에 대해 속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건 내 입장에서는 분명 행운이다. 솔직히 그 덕분에 3년 간 결혼생활이 순탄하게 굴러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후배들이 결혼에 대한 조언을 부탁할 때면 '미리 육아에 대한 대화를 나눠보라'고 얘기한다.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언젠간 낳을 거라면 분명히 중요하게 다뤄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혼 전과 결혼 후, 더 심각하게는 출산 후에 '전혀 몰랐던 모습'을 서로 보게 될 수도 있는 일이라는 걸 많이들 모르는 듯 하여 안타깝기도 하다.
7.
여성이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가정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은 분명 틀리지 않다. 그리고 맞벌이를 안 하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게 불가능할 지경의 나라 상황도 문제다.
하지만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난다면 경제적으로 꿀려서 목소리 작아질 염려는 안 해도 된다. 육아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아이아빠를 반려자로 만난다면, 본인의 경제권도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사회에서 성공해서 남편한테 주눅들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보다는 '나와 우리 아이를 진정으로 포용할 수 있는' 남자를 알아보는 눈을 키우는 게 훨씬 삶에 있어서 유리한 일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맞벌이던 아니던간에..)
어차피 워킹맘이던 아니던 각자의 삶이 다르기 때문에 더 길게 언급하진 않으련다. 다만 전업주부가 워킹맘을 대단하다 생각하는 것처럼(안 그런 경우 거의 못 봤다. 애 낳은 사람들은 알거든.) 워킹맘을 꿈꾸는 미혼녀들도 전업주부를 자아실현 포기한 온실속의 화초 정도로 인식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솔직히 그런 시선들이 요즘 매우 많이 느껴지고, 그런 가치관이 고착화되어서 워킹맘들이 나중에 스스로를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 글에서 핀트는 약간 벗어나지만, 아이를 부모가 키우냐 시설이 키우냐의 문제.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고 정답은 없으나 '어쨌든 부모는 절대 완전히 손을 놓지는 못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워킹맘이나 전업주부맘이나, 모두 아이는 '부부가 함께 직접' 키우고 있다는 사실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정상 하루 중 일부의 시간을 시설에 맡길 수는 있겠으나 그 시설이 아이를 자동으로 키워주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리고 타인의 아이를 보는 것보다 내 아이를 보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더욱 힘든 일이기도 하다. (아는 사람만 이해하겠지..) 결국 모든 부모는 경쟁관계가 아니라 협력관계여야 마땅하다. 시설의 도움은 부차적인 일이다.
8.
뱀발로, 반려자를 고르는 중인 미혼여성들에게 팁을 주자면, 무녀독남 외아들보다는 조카를 미리 본 남자가 적어도 육아 부문에서는 점수를 더 받을 수도 있다.^^; 일반화하는 건 아니지만, 주위에서 보아도 삼촌 역할을 미리 해본 아빠들(단순히 조카가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라 접촉도 많이 한)이 훨씬 부인을 잘 도와준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집안에서 개혼한 장남 남편의 경우, 그가 나빠서가 아니라 '서툴러서' 대처를 잘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역으로, 조카 없이 개혼해야 하는 미혼남성들은 아이를 접할 기회를 어디서든 만들어 보시길 권한다. 장담컨대 나중에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
쓰고 보니 나만의 편협한 시각으로 좀 치우친 경향이 꽤 많이 보이는데, 그러니깐 블로그 글이지. 남들 다 하는 일반화 관점을 들이대면 재미 없잖아? 그러니 읽으시는 분들께서는 적당히 가려 보셨길 바란다. :)
그나저나 대선에 누구 찍을 것인지 계속 고민중인 선형..-_-;;
- 벌써 며칠 안 남았네? 다음 대통령은 좋겠다. 관심도 덜 받고 정책에 대한 부담도 없으니까.
- 참고로 내가 아무리 이모씨를 싫어한다 해도 정모씨는 절대 안 뽑을 것임. 광고들 꼬라지가 그게 뭐냐? 그거 결재한 본인도 안습이고, 밑에서 일하는 애들도 안습이다. 초등학교 반장선거보다도 더 유치하다. 네거티브 홍보가 얼마나 이미지를 망가뜨리는지 그 극한을 보여주는 실제상황이다. (노대통령과 5년 전에 손 잡을 때는 언제고, 연설에서 현 정권 욕하는 걸 보니 기가 차서...참..내..-_- 그러니깐 당신이 안 되는 거야.)
- 이모씨 욕은 육두문자가 나올까봐 생략하겠음..-_-;
# by | 2007/12/15 13:37 | 횡설 | 트랙백 | 덧글(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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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모씨가 되면.. **시장때 보다 얼마나 해쳐먹을지... ㅠㅠ
낼모레가 선거인데 아직 공약도 다 못읽었네요.
후보가 너무 많아서...........
딴짓하면서 쓴 글이라 단락도 뒤죽박죽이고...하여간 저도 좀 그래요..-.-; 스스로 마음에 안 드는 글. 고치기도 힘든 글...--;
사실 육아문제말고도 할 말이 많은 게 결혼생활인데...그게 안 겪어본 사람들, 특히 학생들에게는 별나라 얘기잖아요. ^^; 그건 이해해야 할 것 같고...
필터링한 건 확실히 보셨는데...지점이 좀 차이가...
저는 전업주부라는데 찔리는 것도 자격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제는 오히려 '나 전업주부다. 부럽지? -_-;' 모드에 가까운 듯..;;;;;
그래서 그런 모습을 자제하고저 필터링 한 게 맞지요....^^;
nadia/ 인상은 8번이 제일...쿨럭..;;
전 결혼도 육아도 딱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는 여자지만, 소위 열혈여성(? ^^)들이 전업주부들이 마치 아무 것도 안 하는, 자아 실현을 포기한 집단인 것처럼 말하는 걸 보면 흠칫흠칫 놀라기도 하고 일종의 교만을 보는 것 같아서 은근히 짜증이 나기도 했어요.
주부도 엄연한 직업인데, 집안일이 적성에 맞는 사람은 괜히 남들 다 사회생활한다고 일하는 것보다 집안일을 하는 게 주체적인 선택인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전 남자들도 전업 주부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게 되길 바라지만.. 언제 그렇게 될 지는..^^;
어쨌든 공감 하나 던지고 갑니다. 이쁜 따님도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길 빌 게요~~
결혼과 육아를 직접 하지 않으셨음에도 이렇게 시원하게 말씀해주신다니 제 입장에서는 참 고맙네요. 사실 제가 원글을 좀 까칠하게 썼으면 딱 그 모드거든요.
주부라는 직업을 인정하지 않으니 아빠가 육아휴직 하는 것도 용납이 안 되는 거겠죠. 세상이 언제 바뀔까요?
아무튼 덧글 감사합니다. ^^
짜증이 안 났으면 이렇게 마음에 쌓인 것이 많은 긴 글을 쓰진 않았을테니 부정하진 않겠지? ^-^
나는 선형이와 상황은 전적으로 다르지만,
남 신경 안 쓰고 잘 살고 있는데 깔짝깔짝 뒷담 여론 조성하는 고약한 사회 분위기를
개인적으로 아주 싫어하니까 뭔 기분인지는 잘 알겠다.
근데 난 그 사회에서도 전업주부의 일이 사실상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해.
사회 생활을 안 하는 미혼여성은 '백수'라 하고, 부모님께 얹혀산다고 하며, 눈칫밥을 먹지만,
그 여성이 그대로 시집만 가서는 설령 살림마저 '일하는 아줌마'한테 다 맡긴다고 해도,
누구도 더이상 '백수'라고 하지도 않고, 남편한테 얹혀산다고 하지도 않고, 눈칫밥 주지도 않잖아.
살림에 육아까지 잘하는 모범 전업주부라면 더 말할 나위없이 당당하지.
그리고 사회에서도 실제적으로 '남편 직함 높은 사모님'이 앵간히 유능한 '커리어우먼'보다
지위도 높고 대접 받는게 현실이고.
여성의 신분적 지위가 낮았다고 하는 조선시대에마저도
주부들은 남성들이 감히 침범 못 하는 고유권한들을 인정받았잖아.
독일은 한국이랑 분위기가 많이 다른데,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한 만학도가 많기도 하여,
여성의 사회적 나이와 생물학적 나이의 타협이라 할까,
학생 신분으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많다.
스터딩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에 어떤 주장을 하나 접했는데,
여성의 출산, 육아에 대한 사회보장이 아주 잘 되어있는 스칸디나비아의 경우,
그에 대한 회사의 실질적 손실이 정말로 막대하기 때문에 여성의 입사를 꺼릴 수 밖에 없다고 해.
'결과적으로 여성을 부드럽게 따돌리는 사회'라는 표현을 썼더군.
반면, 미국에서는 여성이 남성과 업무적으로 대등한 환경에 처해있기 때문에
신화적으로 성공하는 여성들이 배출되고 또 오히려 존경과 예우를 받으며 살아남는다고 하네.
전적으로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논리는 옳다해도 뭐 꼭 찬란하게 성공해야 하나?)
역시 남녀가 공존하며 살아가는 삶과 사회에는 온갖 복잡다단한 요소가 얽혀있구나 싶다.
참, 그리고 이건 여담인데 고학력 어머님들의 경우
자녀들 잘 키워서 대학 보내고 결혼시키고...
여유가 생긴 후에 학력이 잉여가치가 됨을 느끼시는 듯 해.
사회적 발판이 없는 상태에서 뭔가 새로 시작하기는 어렵고,
교양있는 고급 취미 생활을 가지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수요자로서가 아니라 생산자로서의 욕망은 똑똑한 여성으로서 여전히 남고 말이야.
이런 경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더라.
내 경우는, 직업상 프리랜서로 재택근무가 지속적으로 가능한걸로 돌파구를 삼고 있어.
남자친구가 필드웍 나가있어서 결혼과 육아가 언제가 될지는... ~_~
육아에 드는 정성과 시간, 그리고 아무리 현명히 소비해도 어쩔 수 없이 드는 비용,
이 모든 것들을 감안한다면, 안 해본 미혼 여성들 대부분 육아가 대단하다고 느낄거야.
'제대로'하는 육아라면 말이지. (대한민국엔 이상한 학부형들도 진짜 많잖아. 그런거 열외.)
선형이 말대로 실제로 해보기 전엔 충분히 감이 없다는게 문제일테지만 말야.
(근데 또 지 밥그릇은 지가 달고 태어난다는 말도 있다.
태교에 관한 책에서 봤는데 - 미혼이 이런건 왜 봤을꼬? 예전에 만들었던 책이라서.^^-
아기가 태내에서 엄마가 자기를 얼마나 잘 돌봐줄 수 있는 상황인지 눈치껏 안다고도 하네.
태내 생존전략을 본능적으로 갖추고 나온다는 거지.)
그리고 참... 선형이는 신분상으로 학생 아닌가?
애~ 그러고보니 전업주부도 아니다 뭐. 논문 써야 되잖아! 하하 스터딩맘. 인정? ^^
한국사회의 틀맞추기 시선에 짜증났던 건 언니가 잘 알아보셨네요. :)
사실 주부들은 다들 의미 있는 삶을 잘 살고 있는데 전업주부=무직=자아실현 포기집단으로 인식하는 게 좀 안스러웠거든요.
'안스러운' 이유는 처녀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고, 결혼한 이후에도 그런 인식틀 때문에 스스로를 옭죄는 경우를 제법 발견해서요.
링크한 글에 달린 덧글들 때문에 발끈;;해서 쓴 거라 제 글은 매우 뒤죽박죽 졸문..-.-;
근데 한국 집값이 너무 터무니가 없어서...요즘은 맞벌이 안 하면 당당하지 못한 케이스도 없진 않아요.
아이 낳고 직장 그만 두고 싶은데 돈 때문에 사직 못한다고 슬퍼하는 엄마들이 은근 많거든요.
역으로..권고사직당한 사람들은 일 못한다는 것에 대해 죄책감 가지는 경우도 있고...
스칸디나비아 경우는 처음 들었네요. 일리는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제가 주부라도 전업주부에 대한 지원보다는 워킹맘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는 게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그런 지원 때문에 부드럽게 따돌려진다면 거시기하긴 하네요. -.-
저도 어쩔 수 없는 고학력;; 엄마라서...노후를 준비할 생각은 항상 하고 있어요. 사회적 발판이 없어도 추후에 생산을 할만한 능력은 갖춰야겠다 싶네요. 그러니깐 스터딩맘은 하긴 해야 하는데..;;
지 밥그릇은 지가 달고 나오는 건 맞아요. ^^; 제가 본문에도 썼지만 닥치면 어떻게든 다 되거든요~
근데 정말로 제가 궁금한 건...남자친구가 어떤 분이신 건지..*_*
스터디만 하기도 즐겁지만 나름 고달픈데, 아이까지 키우는 건 정말로 '겸직'이라 생각한다. ^^
지금 당장은 공부 안 한다 해도, 논문의 부담이 있는 거랑 없는 거랑은 차이가 클테니까.
게다가 선형이는 회사에서 근무했던 경험도 가지고 있잖아.
좀더 무기력할 수도 있을 상황의 주부들보다는 차별화된 자신감이 당연 있을만한 배경이지 않을까!
전업주부들이 가정 내적인 역할과 위치상으로든
외부적인 배경으로든 그런 건강한 자신감의 준거를 갖는 게 아주 바람직한 것 같아.
남자친구 얘기는...
쓰다보니까 '난 경제와 살림을 병행할 대책 갖추려 하고 있셈. 델꼬가조잉~'
뭔가 이런 뉘앙스를 조성하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것 같아서 덧붙인 거라,
(그렇지. 나 역시도 한국 사회의 틀맞추기 시선에 매우 이골이 나서 미리미리 방어전!)
문맥상으로는 아주 안 중요한 얘기인데... *_*
선형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야. 동문이긴 하지만 카테고리가 아주 달라서.
동물행동학 전공이라 지금은 정글에 필드웍 나가서 뛰어다니고 있고, 만난지는 2년 좀 넘었고...
ㅎㅎ 궁금하면 좀더 개인적인 공간에서 얘기하자꾸나. 나중에 차 한잔 하면서도 좋고.
(뭔가 미끼를 던져서 선형이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분위기... ← 나 방어전에 너무 민감?)
예전에 우리 부서 상사가 신혼여행이랑 출산휴가 다녀오느라,
내가 그 빈자리 뒷처리를 몰아서 뒤집어쓰게 되어 엄청 고생했거든...
근데 돌아와서는 '그동안 내 몫까지 대신하는라 고생많았지.' 이런 얘기는 커녕,
'난 자존심이 있어서, 회사 안 그만둘 수 있다는 걸 보여줄거야.' 하더라고.
같은 여자 입장인데도 그때 되게 열받더라.
내가 그렇게 고생한건 순전 같은 팀내 상사-동료로서 회사일 차원으로 한 거였지,
그 상사분 한 사람의 개인적인 자존심(?)을 빛내주려고 희생한건 아니었거든. 쯧.
회사의 손실을 막기 위해선,
남은 팀원들이 자기랑 아무 상관도 없는 남의 가정사에 따른
빈 자리에 대한 책임을 모두 뒤집어써야 한다는 시스템도 문제.
팀의 인원이 적을 수록 결원의 손실은 치명타가 되더라고.
우리나라에서 육아휴직 제도가 실효성이 부족한게...바로 이 문제죠. 근데 업무 종류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서 정말 대체하기가 힘든 경우도 많고, 답을 쉽게 낼 수는 없는 일이라고 봐요.
그게...참...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 건데....고마움, 미안함을 표출하지 않는(생각도 안 하는-_-) 풍조도 참 그렇죠.
그리고....역시 저도 좀 다른 얘기지만...회사를 그만두고 안 그만두고는 '자존심' 문제가 아닌데....제가 원문에서도 언급했지만 여자들 스스로 이렇게 얽매인다니까요. -_-;
사정에 따라서 회사 그만둘 수도 있는 건데....저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은 아이 때문에 회사 그만 둔 사람을 자존심 없다고 단정지어 볼 거 아니에요. 저는 그게 더 싫어요. -_-
애 때문에 회사 그만 두는 사람들이 더 자존심을 빛냈으면 좋겠다는 의미가 제 원글의 핵심이기도 하고요. ^^;
전 직장 관둘때 직속부하들이랑 이야기 진짜 많이 했었는데, 다들 내 건강이랑 그런거 걱정도 많이 하고 일이 너무 많아서 고양이 발이라도 빌리고 싶은 심정이었을 텐데...내가 막 고민하니까...차라리 관둬주세요. 일하는 거 옆에서 보기 싫어요...그래줘서 오히려 맘 편하게 관두고...지금도 연락하고 막...너무 너무 친하게 지내는데.....직장에서 좋은 인간관계 가지기 쉽지 않은 듯도.
사실 저 그때 그 '자존심'이란 단어에 이상할 정도로 자극을 받았더랬는데,
여자들이 가보지도 않은 군대 얘기 함부로 하면 안 되듯이,
미혼이 결혼 및 출산에 대해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아서,
내가 옹졸한가 싶어 억지로 억지로 이해하려고 했었지요.
근데 선형이와 마님의 반응을 보니, 역시 '자존심'이란 단어가 이상한 데서 고생했던게 맞군요. -_-^
돌이켜 생각해보면 팀원들이 결원만큼의 업무 분담을 하긴 했지만,
회사에서도 사람이 있을 때만큼의 일을 다 못 시키고 조금씩 손해를 감수했던 것 같아요.
당시 신입사원이었던 제가 다른 사람 몫까지 떠맡느라 야근에 시달리고 있을 때,
몇달씩 회사 안 나오셨던 분은 저보다 2.7~3배 가량의 월급을 챙기고 계셨고...
(부서 특성상 신입사원 초봉은 다른 부서와 같지만, 직급이 높아지면서 파격적으로 팍팍 뛰었습니다.)
이건 물론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그런 상황에서 돌아오자마자 '자존심' 운운하니 어찌나 열받던지 말입니다. -_-
유지원/ 진짜로 '자존심'이 문제였던 게죠..;;
사실 따지고 보면 자존심은 애가 커갈수록 전업주부맘들이 더 높은 것 같아요.
직장맘들이 매우 고군분투 하고 있을 때 여유롭게 아이를 케어하고, 요즘은 치맛바람도 더 거세진지라(그게 좋다는 말은 아님) 직장맘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제법 있더군요.
이건 직장맘의 빈자리를 메워주기 위해 출근(!)한 적도 있는.. 사교육계 종사했던 저의 간접경험담...^^;
'자존심'이란 개념 자체는 좋은건데, 고약한데 막 끌어다 쓰는게 문제야.
한국 사회에선 가치관 획일화 성향에 따른 비교 심리 때문에 그 단어가 더 고생하는 듯.
이건 또 딴 얘긴데, 난 그 '맘'이란 단어 굉장히 듣기 낯설더라.
아예 '워킹맘'처럼 외래어 합성어면 괜찮은데, 한국어랑 합성되면 참 이상해.
결정적으로 젊은 엄마들이 서로 '누구누구 맘' 이렇게 부르는 게 최강...
별로 안 좋은 유행인 것 같아.
'엄마'가 '맘'보다 자판 두번 더 두드리긴 하지만... '누구누구 엄마'가 훨씬 좋은데.
요즘은 **맘으로 닉을 쓰는 엄마들이 워낙 많아서 이상하진 않더라구요. ^^; 굳이 안 좋을 것 까지는 없을 것 같고....(가치관 획일화 성향...-.-;)
근데 저도 '민서맘'이라고 닉을 쓰는 건 일부러 피했어요.
보통 태명 지을 때부터 태명에 맘을 붙이는 게 일반적인데..(ex. 아강맘)
저의 정체성이 '누구 엄마'로 굳어지는 것도 내키지 않고(그럼에도 요즘의 정체성은 아강엄마지만..;;)
나중에 둘째 태어날 때도 첫째의 엄마로만 굳어지는 것도 싫고,
임신 중이나 애 낳고서나 둘째 낳고서나 통할 수 있는 전천후 닉을 고민하다가...
지금 쓰는 '엄마멘토'를 고르게 된 것이죠. 근데 이것 또한 외래어 한국어 합성...허헛...
어차피 지금 '애기'를 키우니깐 웹상에서 그렇게들 지칭하는 것이지...
오프라인에서는 '누구엄마'로 부르고 있는 걸 보면 자판 두 개와 글자 하나 늘어나는 차이 때문에 그리 된 게 맞긴 한 것 같아요.
자판의 특성상 ㅁ이 두번 겹쳐서 오타 발생률이 높은 게 '엄마'라는 단어니까.. (저도 제 닉 쓸 때 가끔 오타가..-_-;)
애들 크고 유치원 초등학교 보내면서부터는 자연스레 닉네임도 '누구엄마' 또는 전혀 다른 닉이 될 거라 봐요. ^^
(요즘 젊은 세대는 워낙 익숙해져서 아니려나? -_-; 그래도 난 애들 중고딩 정도 커서까지 '**맘'으로 닉 못 쓸 것 같긴 한데..;;)
외부자의 입장에서 느끼기엔 뭐랄까...
젊은 엄마들인 '누구누구 엄마'보다 '누구누구 맘'을 선호하는 건 자판 영향도 있지만,
기존의 '엄마'란 호칭에 결부된 이미지를 거부하는 뉘앙스가 느껴졌거든.
"난 '아기가 있다'는 사실만 다를 뿐,
처녀보다 센스가 떨어지지도 않고 커리어우먼보다 사회의 흐름에 둔감하지도 않다."
이런 메세지를 스스로 심어주고 싶어하는 심리.
그런 심리 자체가 나쁜건 아니지만, 사회적 위치가 확실하지 않은 불안함이 반영된 느낌,
기존 '엄마' 이미지의 좋은 점까지 배척당하는 느낌이 들거든.
'엄마'가 '아줌마'란 호칭처럼 기피되면서,
그 자리를 '맘'이란 호칭이 대체한 것 같아 조금은 '맘'이 아프더라고. '엄마' 좋은데...
그냥 자판 글자 수 차이라면 아주 다행이다.
오프라인에선 '엄마'라고 부른다니 위안이 되네. 난 웹상의 상황 밖에 모르니까... ^^
한국에 들어갔더니 엄마들이 서로서로 '어머나~ **맘~!' 이렇게들 부른다고 상상하면
참 적응하기 어색했거등.
전혀 다른 세대이지만, 우리 엄마가 '지원맘'이라고 불린다는 건 생각만 해도 으윽...이잖아...;;;
엄마멘토는 좋은 합성어라고 생각했어. 발음하기도 아주 좋음. ^-^
(동호회 모임에서 제가 '아트걸님'이라 불렸던 개념~)
게다가 실제 말로 할 때는 '맘'보다는 '엄마'가 발음상으로 더 편하니까요.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