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와 존 루터, 그리고 영결식과 노제 음악들.. 문화예술기타잡기

관련글: 눈물의 노무현 전대통령 "노제"를 마치고 by 김명곤 노제 총감독


***
추모 기간에 모차르트 레퀴엠(특히 라크리모사)과 존루터의 레퀴엠 아에테르남을 꺼내서 들어보려고 하다....
차마 못 들었다.
음악 듣다가 감상에 젖어서 눈물 줄줄 흘린 기억이 어언 5년이 훌쩍 넘어가는데,
그런 짓도 처녀 때나 할만하지, 애가 둘인 와중에는 너무 힘들다.
애 엄마들은 애 앞에서는 까르르 즐거워야 하는 것이 사명이니까.

오늘 들어보니...그래도 눈물이 마르긴 한 듯 하다. 많이 흘리진 않았다. 약간 고인 정도.
어차피 내가 슬프다고 변하는 것은 없고, 오히려 그는 나에게 역사로 남았으니, 어쩌면 생명력이 더 강해진 것일 듯.
이제 나의 삶을 열심히 사는 것이 고인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대신에 '잊지 않기' 위하여 추모 배너는 49재까지 달 생각이다. 별채에서도.

내가 들어본 각종 레퀴엠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 바로 저 위 두 곡이다.
슬픔을 직설적으로 자아내려 하지도 않고, 오히려 희망을 주는 메세지가 선율과 화성 하나하나에 응축되어 있달까...

지금은 루터의 레퀴엠 아에테르남을 들으면서 글을 쓰고 있다.

***
노통께서 생전에 해금 연주를 좋아하셨단다. 그래서 영결식에도 해금 연주를 한다고 했다.
그 기사를 보고 혹시 강은일씨가 나가시지 않을까 싶었는데, 내 예상이 맞았더라.
그분다운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주었다.
생방송을 보며 슬퍼하던 와중에도, 어떻게 편곡했을까 귀를 기울였던 나도 참...
전공 관련한 업에 종사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습관은 평생 가지 싶다.

어쩌면, 해금이라는 악기 자체가, 노통과 참 닮았다.

국악기 중에서 가장 인기있는 건 아니지만..(인기로 치면 가야금 못 따라가지..)
생긴 건 참 작고 심심하고 간단해 보이지만...(가야금, 거문고에 비교하면 역시...)

다른 여느 국악기보다 자유로운 소리를 발산할 수 있고, (음역, 미분음과 농현에 대한 관점에서..)
얼핏 들어서는 음색이 약해 보이지만, 가슴 깊은 곳의 감정을 표출해내는 힘이 있다. (작곡가의 관점에서..)
한 개의 악기로 화음을 내긴 힘들지만, 단선율 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능력이 출중하다.


***
추모 기간에 라디오 국악프로에서는 보태평, 정대업 등 제례음악을 선곡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지겹게(?!) 들었던 이 음악들...그냥 옛날의 제례음악이라고 건조하게 생각했는데...
지난 주에 들었던 이 음악들은, 너무나 슬펐다.
사실 내가 국악을 전공했어도, 수제천 듣고 울었다는 어느 음악 애호가의 일화를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보태평의 노래, 피리소리, 편경의 울림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슬프게 들렸다.
그래서 운전하며 그 음악을 듣고 눈물을 떨궜다.

나에게도 참 특이한 경험이었다. 내가 지겹다고, 음악사와 이론 연구에만 필요한 음악이라 치부하던 보태평을 듣고 울다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내가 조선시대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운전대는 잡고 있었던 게 참 부조화이긴 하다.)
왕이 돌아가셨을 때 울던 백성의 마음. 적어도 그 순간은 그런 심정이었다.


***
노제 총감독이 김명곤 선생님인 것을 생방송 중에 알았다.
사실 난 그분을 제법 가까이서 뵌 적이 있다. 대화도 꽤 오랜 시간 깊이 나누었었다.
대학신문 문화부 기자로 있을 때, '만나고 싶었습니다'라는 꽤 큰 인터뷰 꼭지를 취재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내 피와 땀이 어린 신문 1년 분 제본판이 있는 김에, 쉽게 기사를 찾아 아예 사진도 올린다.
(눌러서 원본 보면 기사 내용까지 다 보인다. 지금 보면 부끄럽다만...)


기사에도 썼지만 직접 뵈었을 때, 예상 외로 매우 소탈하시고 유머러스해서(배우니까 당연하기도 하지만..) 살짝 놀랐었다.
대화를 나누는 내내, 이분의 사상과 신념은 본받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기사에 싣지 못한 수많은 얘기들은 비록 10년의 세월이 흘러서 거의 잊어버렸지만,
'이 분에게 배울 점이 많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났던 것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추억 때문에 문화부 장관이 되셨을 때도 아주 반갑고 기뻤던 기억이다.

그리고...
올해 5월...기대도 하지 않았던, 아니, 해서도 안 되었던 행사의 총감독으로서 그를 다시 만났다.
비록 마음 아픈 행사였지만, 그분의 연출 덕분에 빛이 났다고 생각한다.
그분 덕분에, 고인 가시는 길을 쓸쓸하지 않게 바라볼 수 있었다.

공연을 조금이나마 해봤던, 직접 기획도 해봤던 입장에서... 
단기일에 행사 준비하면서 관객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온갖 역경과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 감히 짐작한다.
실제로 기사화된 내용도 있고 말이다.
노제 끝나고 몸살로 고생중이시라는데, 쾌유를 빈다.

이렇게 멋지고 좋은 분과, 예전에 아주 작은 인연이나마 닿아서 개인적으로 영광이다.
부장이 시켜서 한 게 아니라 나 스스로 만나고 싶어서 회의 때 강력 주장해서 성사된 인터뷰였다.
10년 전에도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있었구나. ^_^;


***
국악기로 편곡됐던 아침이슬...혼맞이 소리....
판소리나 민요 공부하면서 대강 흘려들었던 혼맞이 소리가,
이렇게 절절하게, 구슬프게 들릴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음악의 힘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사실 이런 선곡은 총감독 아니었으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전체적으로, 구구절절 내가 설명할 필요도 없이....
정말 아름다운 행사였다. 슬펐지만, 그만큼 아름다움이 짙었다.
시민이 그 중심에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노란 물결로 뒤덮힌 내 고향, 광화문, 종로와 어우러진, 그 아름다운 음악들...
내 살아생전, 다시 이런 멋진 행사를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래, 이런 일로는, 다시 볼 일이 없어야겠지.


***
음악으로 마음을 달래고 있다. 
내 스스로 추모곡을 작곡하고 싶다는 욕심도 꿈틀꿈틀 솟아오른다.
애들 좀만 더 크면...1주기 정도에는 작은 곡 하나 만들어 보도록 해야겠다.


Lin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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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09/06/01 15:5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아트걸 2009/06/02 03:09 #

    아이고 부담됩니다. ^^;
  • 2009/06/02 01:0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아트걸 2009/06/02 03:10 #

    언니..내일..아니 오늘은 친정언니의 거사날..;; 아쉬워요..ㅜㅜ
    자주 오신다면 오실 때마다 콜콜~~
  • Frye 2009/06/02 04:00 #

    그 왕이 죽었을 때 지붕에 올라가 외친다는 상위복 (왕이여 돌아오소서 쯤 되나?)듣고
    어찌나 슬펐는지... (상위복이 아니고 그냥 복 이었던가.)

    암튼... 참.... 뭐랄까 아직도 말이 잘 나오지가 않는다.
  • 아트걸 2009/06/03 09:16 #

    복~ 복~ 복~ 하고 초혼을 했죠.
    저도 시에서만 읽었던 초혼 의식이 그렇게 슬픈 건 줄 처음 알았네요.
  • 김명곤 2009/06/11 00:27 # 삭제

    대학신문과의 인연이 노제까지...그리고 마침내 블로그까지 이어졌군요. 국악을 전공했다는 것은 이번에 알았습니다. 음악과 예술과 아이와 아내로서의 삶을 조화롭게 꾸려나가시는 모습 너무 보기 좋습니다. 젊은 시절(?) 내 모습을 되돌아보는 기쁨도 있었구요. 다시 반가움을 전합니다. 글을 통해 가끔 소식 나누어요.
  • 아트걸 2009/06/11 10:56 #

    앗! 선생님!! 이렇게 덧글까지 남겨주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저도 요즘 새로운 낙이 선생님 블로그 글 읽는 것이랍니다. ^^ 자주 덧글 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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