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 파크뷰의 한복 입장 거부에 대한 여러가지 관점의 블라블라 횡설

1. 아는 사람은 알지만 본인의 전공은 전통문화 쪽이다.

그래서 이 사건에 대해 할 말 제법 많다. 근데 지금 감기가 걸려서 컨디션 제로인지라 깊은 담론을 정리하긴 힘들다. ㅜㅜ
그렇다고 포스팅 안 하긴 아쉽고, 나중에 뒷북 포스팅을 쓰려다가 아예 안 쓰게 될까봐....정리 안 된 대로 끄적여본다.


2. 이 호텔 원래 그랬었다.

이런 링크가 돌던데, 작성일자가 2009년 10월이다. http://blog.chosun.com/warplove/4242599
이 포스팅으로 판단컨대, 한복 출입 제한하는 지침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사장까지 나서서 사과한 문제에 대해 계속 들춰내서 왈가왈부하는 건 살짝 미안하다 치지만...
어쨌든 이런 지침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아닌 척 하는 거, 직원의 접대 태도 탓으로 넘기는 거 정말 웃긴다.

그리고, 이제까지 이 문제에 대한 불만이 위의 포스팅 말고도 많았을텐데....
유명 한복디자이너가 아니라서 그냥 참고 넘어갔을 것이 분명하다.
담연 선생이 당하지 않았다면...오늘도 한복은 출입금지였겠지.


3. 신라호텔이 아니라 '파크뷰'가 그랬던 거라고 쉴드치는 글들이 보이던데...

결국 파크뷰가 신라호텔 안에 있는 식당인 건 맞다. 내가 알기로는 호텔 식당이 외주를 주는 경우는 거의 없던데....파크뷰도 결국 신라호텔이나 마찬가지지. 쉴드 거리는 못 된다고 본다. 일단 호텔 '사장'이 직접 사과하러 갔다는데 이미 이 지점에서는 게임 오버라고 본다.
그러나 언론에서 낚시 제목을 뽑은 건 분명히 잘못이라 생각함. 기모노 출입사진 엮어서 왈가왈부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듦. 그건 정말 별개의 문제니까 본질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4. 부페식당에서 그랬다는 게 더 웃기기는 하다.

이미 여러 포스팅에서도 보이지만 부페식당이야말로 돌잔치나 회갑연 같은 행사 하기 제일 만만한 곳인데....여기서 한복 못 입게 한다는 게 너무 웃기다. 차라리 프렌치 레스토랑인 피에르 갸니에르에서 금지했다면 이해하겠다. (실제로 여기는 정장 안 입고 가면 입장 제지 당한다. 14세 미만도 못 들어가는 걸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복장을 갖추지 못하고 온 손님을 위해 친절히  남성 양복 웃도리 정도는 빌려준다고 지인들에게서 들었다. 이것만 해도 파크뷰랑 격이 다른 서비스라고 생각함. 그 면에서도 신라호텔은 이미 루저.)


5. '위험한',  '트레이닝복'이라는 단어가 실제로 나왔다면 그게 더 문제.

직원 수준도 꽝이고, 그렇게 직원교육을 한 호텔도 꽝이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 없을 듯.
솔직히 말해서, 한복입은 고객을 입장 금지해야 한다는 핑계를 댈 건덕지라는 게 전혀 없지 않은가.
한복은 분명히 갖춰 입은 '정장'이다. 전통이고 뭐고 갖다붙이지 않아도, 남들 보기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옷이 아니다.

부페식당의 특성상 난감한 부분이 있다면, 그 쪽에 포커스를 맞춰서 설명해야지...그걸 위험해서 안 된다는 핑계로 제지하는 건 너무 수준이 낮아 보인다.
그래..이때까지 평범한 사람들한테 그랬던 건 먹혔겠지....그런 말을 한복 디자이너 앞에서 했으니...불에 기름을 부었겠지.
아마 저런 단어만 아니었어도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으리라.


6. 이게 위험한 옷이던가?

“한복을 계속 입어 우리 문화 지킴이가 되겠다”는 이혜순 한복 디자이너. 그는 이 사진과 같은 한복을 입고 호텔신라에 갔다가 입장 거부를 당했다. /행복이가득한집·사진작가 김용식

(내가 퍼온 출처는 ㅈㅅ일보인데, 어차피 원출처는 위에 적혀 있으니. 그대로 긁어와도 괜찮을 것 같아서 바로 볼 수 있게 퍼왔다.)

아아....정말 격이 다른 정갈한 한복이다. *_* (친정언니가 지인인 모 한복디자이너 겸 천연염색 전문가 선생님한테 지어 입었던 옷과 간지가 비슷함.) 그냥 싸구려 가벼워보이는 한복도 아니고 비싼 티가 좔좔 나는 저런 한복이 출입을 제지당했다니 그게 더 코메디...;;;

댓글들 구경해보니....이 옷 치맛자락이 길어서 위험할 수 있다는 호텔에 대한 쉴드도 있던데....
아놔.....이정도면 정말 우아하게 안 퍼진 옷이구만....

내가 결혼할 때 지은 한복 안에 입는 패티코트가 제법 퍼진 편인데....마침 돌잔치 때 찍은 전신사진이 있으니 올려보자면...

위의 담연선생 한복보다 훨씬 퍼졌음에도, 부페음식 집어먹는데 아무 지장 없었다. 내가 직접 입어봐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음.
내 건 저고리 끝동도 많이 퍼진 스타일인데...(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듦..-_- 한복집을 잘못 소개받아서..흑흑...) 보아하니 담연 선생의 저 한복은 끝동도 좁은 스타일일 듯 하다. 기존에 영화 협찬하거나 잡지에 냈던 한복들을 봐도 그렇고...
그러면 뭐.....그야말로 음식에도 아무 피해가 안 갈텐데....

솔까말...정말로 '안전'이 문제라면 한복만 금할 게 아니라 이브닝드레스도 금해야 하는 거지...거기다 왜 뜬금없이 트레이닝복을 끼워넣어서 더 파문을 일으켰담...아아...이쯤 되면 안타까울 지경이다.


7. 사장이 득달같이 달려가서 사과한 건 참 다행이다만....

한복 디자이너가 아니었으면 그렇게 사과 했을까? 하긴 이렇게 트위터에서 뉴스로 퍼지지도 않았겠지.
애초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지침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고...그에 대한 문제점을 전혀 몰랐던 관리자, 책임자들이 제일 큰 잘못을 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권한 없이 지침에 충실해야 했던 직원들이 좀 안됐다. 엄청 깨지거나...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도 있을텐데...


8. 전통문화가 '전통'이라는 이름을 달게 된 순간...부정할 수 없는 지점...

사라지고 있으니까....부득불 '전통'이라 부른다는 것. 매우 슬프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라지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예전처럼 많은 사랑을 받지 못하기에 도태되는 것이다. 나는 이 지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라지는 것을 무조건 버려야 한다고, 잊어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지켜야 한다. 그래서 나도 그쪽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지키는 사람 중 하나가 되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지키는 데 보탬이 되고 싶어서.

그렇게 지키고 사랑을 간직한다면 훗날 반드시 보답하는 것이 전통문화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그런 예를 찾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1년 365일 관광객들을 불러모으는 유럽의 명소들이 바로 그 '전통'을 간직하여 나라의 부가 되는 예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니까, 사라지고 있고, 일부러 보존하려고 애써야 하는 귀찮은(?!) 문화라고 생각하는 것까지는 뭐라 할 수 없겠지만...
전통문화를 홀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화가 난다. 이건 분명하다.

내가 강의할 때 꾸준히 지속하는 포인트가 이것이다  "듣기 싫은 국악을 일부러 들으라고 강요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알려고 노력은 해 보아라. 공부하다보면 생각보다 듣기 싫은 음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 깨달음은 분명히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자양분이 될 것이다. 설령 음악 쪽의 비지니스에 몸담지 않더라도."

전통을 홀대하고 알려하지 않는 모든 행동을 싸잡아서 '천박하다'고 비판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런 쓸데없는 지침을 지침이랍시고 지키고 있었던 신라호텔은 분명히 천박했다.
호텔 이름이 하필이면 하얏트도 아니고 워커힐도 아니고 '신라'였기에...이번 사태는 더욱 더 천박하게 보인다.
서비스업종의 고객응대 매뉴얼에 관한 이야기는 그쪽 전문가들이 알아서 지적해 주고 있으니 나까지 구구절절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적어도 전통문화를 대하는 근본적인 태도 자체가 천박했다는 것은, 전통문화를 오랜 시간 공부했던 입장에서 과감히 말하겠다.

생각난 김에 우리가족 한복 짤방 몇 컷도 퍼온다. 전혀 위험하지 않고 아이도 편하게 입는 옷이다. (우리 애들은 한복 입었다고 특별히 불편해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좋아하는 편이다.)














애들도 웬만하면 명절에 한복 자주 입히고, 나도 나이 먹고 애기 수발 안 들어도 되면(...) 한복을 즐겨입어야겠다는 생각을...이번 사건을 계기로 하게 되었다. 고맙다. 호텔 신라. 덕분에 전통문화에 대한 주의 환기도 된 듯.


Linea..


덧글

  • roja 2011/04/14 22:41 #

    안그래도 기사보고 어이가 없어서 남편이랑 이야기 했었어요. 아..한복입은 아트걸님도 아가씨들도 곱디 곱군요. 전 아들래미 한복은 안샀지만 딸래미껀 꼭 사와서 여기 카니발 할때 한국의 공주 컨셉으로 입혀 유치원 보낼 생각이예요.

    일본아기들은 유카타 입고 오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한복이 훨신 더 공주삘? 이 나고 샤방샤방 하니 이쁜것 같아요.
  • 아트걸 2011/04/18 05:00 #

    조만간 꼭 한국 오셔서 예쁜 한복 사가실 수 있기를 바라요~~
  • dike 2011/04/14 23:20 #

    아이쿠~~ 넘넘 귀여워요
    뜻하지 않게 예쁜 아씨들 사진까지! @_@

    전 어떤 한복이었을까 궁금했는데...저렇게 곱고 귀티나는 한복이었는데 제지당하다니...참 말이 안나오네요. 허허허 (뭐 귀티 안나면 제지당해도 된다는 뜻은 전혀 아니구요... 보는 눈까지 없구나 싶어서 더 황당하다는..)
  • 아트걸 2011/04/18 05:02 #

    저도 사실 사진 보기 전에는 '옷이 좀 과했었나?..'하는 생각 솔직히 했었어요. 물론 그렇다고 신라호텔이 잘했다고 생각한 적은 눈곱만치도 없지만요. 근데 사진 보고나서 더더욱 어이상실이었죠. 저도 부정하지 않아요. 똑같은 한복 중에서도 차별하는 눈이 있다는 걸...^^;
  • 깜씨 2011/04/16 06:36 # 삭제

    정말, 같은 논리로 이브닝 드레스가 더 위험하지... 하지만 서양옷이라서 괜찮잖어? 일본 유카타/기모노도 일본옷이라서 괜찮고. 한복을 츄리닝과 동급으로 자리매겨준 이상 신라호텔은 변명의 여지가 없음.
  • 아트걸 2011/04/18 05:03 #

    호텔 매니저의 병크라고 축소해주기엔...그런 이상한 지침을 1년 이상 지속했다는 것부터 문제죠.
  • ALICE 2011/04/17 13:59 #

    뷔페에서 남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건 오히려 신라호텔 파크뷰 쪽의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결혼식장에서 같이 운영하는 뷔페 수준도 안된다는 이야기니까요...가족 행사 하는 곳에 한복 입고 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 아트걸 2011/04/18 05:04 #

    솔직히 비럭셔리(...)한 결혼식장에서도 한복입고 음식먹는데 큰 문제는 없던데 말이에요. 제 스스로나, 다른 사람이 입거나...아무 상관 없더라구요. 오히려 음식 담을 때 옆에 서 계신 분께서 한복 입고 계시면 반대편 사람한테 밀어짐을 덜 당해서 상대적으로 공간이 확보되는 순기능도 있던데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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